guystyle :: ebook에 관한 몇가지 단상
livres2012.01.21 14:54

얼마 전 영화 <밀레니엄>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처음 책으로 나온 이후 자국에서 영화화를 거쳐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몹시 빠르게 진행된 케이스죠. 영화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나중에 하기로 하고.. 왜 영화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냐면 관심없던 전자책을 사 보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밀레니엄 3부작>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한국 책을 사본다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해외 배송이 어려운 점도 그렇고, 배송비가 많이 드는 점도 그렇고 결국 귀국할때는 짐이 되기 때문이지요. 물리적인 출판물이 가지는 한계점이자, 전자책 포맷이 종이책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부분도 바로 이 '부피와 무게를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결국 전자책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때마침 <밀레니엄 3부작> 시리즈는 영화의 개봉에 발 맞추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이 저의 구매경험을 거의 망쳐놓다시피 했는데, 본 포스트에서는 어떠한 요소들이 저의 행복해야할 쇼핑을 방해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가장 처음 주문했던 온라인 서점은 알라딘이었습니다. 원래 저의 온라인 단골 서점은 yes24였는데, 어이없게도 yes24는 아이패드용 전자책 앱이 없습니다. 더 볼것도 없이 간단히 탈락.

알라딘은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굉장히 좋았는데, 특히 액티브엑스 페티쉬가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일단 받아보았습니다.

알라딘 ebook HD


알라딘용 전자책 앱의 실행화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입니다. 애플 제공 전자책 앱인 iBook의 화면과 매우 비슷합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라딘의 전자책 앱은 합격점을 주기에는 많이 모자라 보였습니다.

  1. 자동 책갈피기능의 불안정성
    앱을 닫았다 열었을때 읽던 부분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동 책갈피기능이, 대부분의 경우 동작하지만 가끔 이상한 페이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번의 실험 결과, 그 전에 앱을 닫았던 부분이 그보다 한번 더 전에 앱을 닫았던 부분에서 책을 다시 봐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이책을 읽을때처럼 수동 책갈피 기능을 사용하면 되지만, 제 생각에는 이정도 기능은 전자책의 기본적인 기능이기에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2. 텍스트-이미지 디스플레이의 문제

    SIB라는 단체를 설명하고 있는 본문의 내용입니다. 스웨덴어 알파벳이 텍스트 위에 덮어씌워져 있는데, ePub 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정렬이 완벽히 처리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로 추정됩니다. 덕분에 이미지 밑에 있는 글자들이 뭐였는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죠...

  3. 기타
    주석이나 줄표(―)의 표시가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문장을 주의깊게 읽어야지만 어느 부분에서 줄표가 생략되었는지 추측해낼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주석을 표시하는 폰트가 본문 폰트와 동일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MacOS34) 와 같은 경우에는 이게 MacOS3 에 대한 주석인지, MacOS에 대한 주석번호 34번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로,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6권은 모두 환불 받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인터넷서점의 정책상 전자책은 구매 이후에 환불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고객센터에서는 위의 문제들을 감안하여 환불을 해 주었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 아직 전자책 뷰어 앱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사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개선해내 나갈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책 뷰어의 만듦새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3.5/5 점 정도?


 다음으로 시도해본 회사는 역사와 전통의 교보문고입니다.

교보문고 eBook for iPad

교보문고용 전자책 앱의 실행화면

첫인상은 이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커버 플로우를 이용한 책 목록은 iBooks 스타일의 책장식 목록과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만, 책이 많아질 경우에는 필요한 책을 직관적으로 찾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단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앱입니다. 일단 깔끔한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먹고 들어가고, 알라딘의 앱에서 나타났던 여러가지 문제점 – 이미지/텍스트 정렬 문제, 주석처리 폰트 문제 등등 – 들이 교보문고의 앱에서는 말끔하게 사라져있고 읽기 편하게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또다른 장점으로는 가로보기 모드를 지원한다는 점인데, iBooks처럼 책을 가로보기모드로 볼 때는 넓게 양쪽으로 한 페이지씩 두쪽의 책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알라딘의 앱에서는 그냥 가로로 한 페이지가 표기될 뿐이었죠.

ePub파일이 서점마다 다르게 배급될것 같지는 않으니, 같은 ePub 파일을 처리하는 앱 수준에서 어떻게 깔끔하게, 유저가 읽기 편한 포맷팅으로 파일을 표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교보문고의 경우에는 ePub파일 뿐 아니라 PDF파일 포맷도 지원합니다.

쓰면서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만, 가끔 책의 모든 텍스트가 표시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폰트 크기를 변경하면 제대로 표시됩니다. 이것 빼고는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이 없었네요. 점수는 4.5/5점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을 구매하고 이용하면서 저를 가장 짜증나게 만들었던 점은 앱의 만듦새나 출판된 ePub파일의 퀄리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각 인터넷 서점의 – 정확히는 교보문고의 – 전자책 이용 정책입니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다르게 저작권을 침해할 요소가 아주 많이 있고 그 방법도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각 인터넷 서점들은 자기 회사 고유의 DRM과 다운로드 정책으로 이용에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조치라는것을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보편적인 인터넷 서점들의 전자책 이용 정책은 이런 식입니다.
YES 24 - PC&스마트폰/태블릿&전용리더 대응. 총 5대 등록 가능(PC포함여부 미확인),
다운 횟수 5회 제한 PC&스마트폰 총 5대, 전용리더 5대. 최대 10대에서 이용 가능
(기기 등록해제 불가)

리디북스 - PC&전용 리더 이용 불가. 스마트폰/태블릿 대응. 총 5대 등록 가능,
다운 횟수 무제한 이라 기재되어 있으나 현재 제약은 없는 상태.

알라딘 - PC&스마트폰/태블릿&전용 리더 대응. 총 5대 등록 가능, 다운 횟수 무제한

반디앤루니스 - PC&스마트폰/태블릿&전용 리더 대응. 총 5대 등록 가능, 다운 횟수 미확인

인터파크 비스킷 - PC이용 불가. 스마트폰/태블릿&전용 리더 대응. 총 5대 등록 가능, 다운 횟수 무제한

알라딘의 경우 제가 확인해본 결과 다른 인터넷 서점들과 같은 방식으로 기기 5대를 등록 가능하며, 같은 기기에서는 다운로드 횟수 제한이 없습니다. 또 고객센터에 문의해본 결과 포맷이나 기기 변경 등으로 인해 등록 가능한 5개의 기기를 모두 등록한 경우 리셋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바로 교보문고의 정책인데요.. 교보문고의 정책은 약간 다릅니다. 등록가능한 단말기의 개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동일한 단말기 종류에는 최초에 등록한 단말기에 한번만 다운로드 받을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용 앱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다운로드한 경우에는 다른 아이패드에서 같은 전자책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알라딘의 경우에는 이게 가능합니다.

이게 불편한 이유는.. 바로 아이디 공유를 위한 전자책 공유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현재 많은 전자책 이용자들이 계정 공유를 통한 전자책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도해보았고, 여자친구와 제가 산 책을 나눠 보려고 시도해보았지만 교보문고의 경우에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종이책도 한번에 두 군데 이상의 장소에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 교보문고의 정책이 맞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iOS의 경우에는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OS는 구분됩니다(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팟은 같은 OS를 쓰고있기 때문에 같은 기기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즉, 아이폰에서 읽던 책을 아이패드로 다운받아서 읽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 진영인데... 정확히 확인한 바는 없으나, 안드로이드의 경우에는 아이폰+아이패드의 조합과 같이 서로 다른 두개의 기기에서 동일한 전자책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교보문고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개발, 판매중인 전자책 단말기도 있고 해서 아마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위와 같은 정책을 도입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볼 때, 한 사람이 두개 이상의 동일 기종 휴대기기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 것이라는 판단은 그렇게 틀린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 사용자에게는 교보문고의 전자책 이용 규정은 교보문고를 이용하지 말라는 말에 다름아니겠지요.


많은 유저들이 전자책 이용을 원하고 있지만, 국내의 업체들은 그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자책을 보고싶으면 아주 간단합니다. 아마존에 계정을 만들고, 원한다면 킨들을 구매하면 됩니다. 아마존의 구매 프로세스는 아주 간단명료하고, OS에 따라 PC에서 전자책을 이용할수 없는 등의 제약사항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먼저,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에 보고 싶은 전자책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보고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있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가장 많은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교보문고의 경우에도, 제가 보고싶었던 <국가란 무엇인가> 는 찾아볼 수 없더군요. 이는 서점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자책 출판계의 문제겠지만, 아무튼 전자책이 이제는 자리잡은 미국과는 다른 구매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시장 자체의 제약사항 때문에, "보고 싶은 책을 무게나 부피의 제약없이, 배송 등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전자책으로 본다" 는 전자책 구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의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됩니다. 즉 "보고 싶은 책을 본다" 가 아닌, "전자책으로 나와 있는 책 중 보고싶은 책을 고른다" 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서점에 해당하는 전자책이 없을 경우에는 다른 서점을 찾아봐야 합니다. 전자책을 이용하는 스타일에 따라 해당하는 책을 보유하고 있는 서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찾아봐야죠. 등등.. 구매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꺼려하게 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매과정은, 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때 개선해야만 할 악순환입니다.

최근 애플에서 전자책 출판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만한, 흥미로운 앱을 몇가지 발표했습니다. iBooks용 전자책을 제작하는 iBooks Author라는 앱인데, 잠깐 훑어본 결과 전자책 출판하는데에 아주 편리해 보이며, 애플이 만든 앱 답게 애플의 전체적인 UX와도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iBooks Author는 공짜로 제공되는 앱이며, 출판한 결과물을 iBooksStore에서 바로 출판하여 판매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국내에서 이용하려면.. 글쎄요, 한참 걸릴 것 같군요.



이상으로 포스팅을 마치려 합니다. 짧은 리뷰를 써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글이 무척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록 -요약

알라딘: 3.5/5, + 맥프렌들리(!), 고객센터의 친절함. - 앱의 만듦새가 (상대적으로)떨어지는 편임.

교보문고: 4.5/5, + 앱이 예쁨, 전자책 종류 다양. - 심한 이용 규제, 약간의 버그.

아마존을 국내에 들여와라!


Posted by guy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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