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ystyle :: "프로게임"은 마인드 스포츠가 될 수 없는가
jeux2011.08.26 09:15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무엇일까? 2011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망국의 유희", "청소년 유해매체", "마약" 등등의 말이 먼저 떠오르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립될 것이다. 나같은 사회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선량한 게이머들도 어디가서 당당하게 게임한다고 말하고 다니기가 어딘가 껄끄러워 진 것이다. 게임산업은 청소년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마약 제조산업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으며, 예로부터 IT업계의 커팅엣지 기술의 시발점이라는 명예로운 훈장도 이제는 빛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물며, "망국의 유희"를 "전문적"으로 하며 그것을 업으로 삼고있는 프로게이머들은 어떠하랴. 대한민국에서 사람 셋 이상 모인데서 정치 안 벌어지는 판이 없다지만, 유독 스타판은 이상한 정치논리와 권력싸움, 그리고 일부 안타까운 "선수" 들이 벌인 승부조작 스캔들 등과 함께 스타판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이제는 익숙한 비난인 "아직도 스타하냐" 을 위시하여 고생하며 연습중인 연습생들과 고생끝에 데뷔에 성공한 게이머들도 싸잡아 "게임 폐인" 으로 치부하는 냉소를 넘어선 비난들로 이제는 걸레짝이 다 되었다.


e-sports라는 말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스포츠라는 말과 별 차이가 없는 말인 반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호박에 줄을 그어놓고 수박이라고 우기면, 25.7% 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박이 아니냐? 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늬들이 하고있는건 그저 방구석에 쳐박혀 손목이나 까딱대고 VDT증후군에나 걸리고 시력이나 나빠지고 뱃살이나 나올 뿐이지, 고결하고 고상한 "스포츠"라는 말을 감히 어디다 갖다 대냐는 식이다. 과연, 일리가 있다. 뛰고 구르고 때리고 맞고 하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능력을 갈고 닦으며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와는 달리 이놈의 게임이라는 것은 도통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아야 하며, 손이 빨라야 하고, 손이 느리고 머리가 좋은 사람은 손이 빠르고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이길수 있지만 손이 빠르고 머리도 좋은 사람은 거의 무적이지만 아무튼 신체능력과 게임을 잘하는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래서 결국 게임은 안돼... 라는게 게임을 그저 오락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야구도 게임이고 축구도 게임이고 농구 배구도 그러하다. 그 기원 또한 동일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것. 또한 일정한 룰 안에서 상대방과 대결한다는 의미에서는 모든 스포츠는 (비디오)게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축구나 야구를 잘, 혹은 열심히 하는 사람과 비디오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인가!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프로게이머와 프로 운동선수를 보는 시각이 동등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체로 게임을 하등한 문화로 취급하는 편견에서 기인하며, 이 편견은 본질적으로 "놀기" 위해 만들어진 같은 행위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모순이다.

신체적인 행위가 동반되지 않기 떄문에 (비디오)게임을 스포츠로 볼 수 없다는 의견에도 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인데, 그렇다면 작년에 우리나라가 광저우에서 바둑으로 획득한 금메달을 모조리 반납 하든지 아예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을 빼버리든지 해야한다. 아직까지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 바둑, 체스 등의 보드게임들이 소위 "마인드 스포츠" 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지 않은가? 즉, 신체적 능력보다 정신적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한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신체적 능력보다 정신적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대방과 기량을 겨루는 놀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

또한 프로게이머를 그저 게임에 미친 정신나간 젊은이들 쯤으로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프로 바둑 기사나, 체스 그랜드마스터에게도 동일한 비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혹은, 프로 운동선수들에게도 동일한 부당한 비난을 할 수 있겠느냐고. 프로게이머가 아닌, 게임에 미쳐 실생활을 피폐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게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은 냉동인간이 되었다는 박x택에게 너는 야구에 미친 인간이다! 라는 말은 오히려 칭찬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엘지 잘좀하자 진짜 수창이형한테 창피하다.


이런 얘기들을 했다고 당장 (비디오)게임을 국제 스포츠 연맹에서 공식 스포츠로 인정하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비디오)게임 종목을 신설해야 한다! 는 결론을 내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관심이 없다면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게임 강국이고 스타크래프트로부터 출발한 게임 이벤트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국제 게임대회인 WCG(World Cyber Games)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최 이래로 거의 매년 우승을 해 왔다. 국격을 높이는데는 이 "망국의 유희"라는것도 한몫 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며, 경제효과 또한 만만치 않은 큰 행사이다.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고, 양지로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릴만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문화이다. 게임을 하등한 문화로 보는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Posted by guy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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